
한국 사회의 높은 생산성과 빠른 성장은 많은 성취를 만들어냈지만, 그 이면에는 번아웃과 고립이라는 대가가 따라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행복 연구자로 알려진 아서 브룩스는 한국인의 불행을 단순히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았다. 성취를 우선하는 문화와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 가족과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가 약해지는 현상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브룩스는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해 한국을 역동적이고 유능한 인재가 많은 사회로 평가하면서도, 높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환경에는 그만큼의 비용이 뒤따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성과가 높은 사회일수록 따라오는 ‘번아웃의 비용’
브룩스는 한국 사회의 강점으로 높은 생산성과 성실성을 꼽았다. 다만 끊임없이 더 높은 성과를 요구하는 문화가 개인에게는 번아웃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높은 성과를 내는 문화일수록 그 대가 역시 더 클 것”이라며 “단순히 게으르게 지내면서도 번아웃을 겪는 나라는 없다. 번아웃은 높은 생산성과 열심히 일하는 문화의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성과를 높이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삶의 만족을 업무 성취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일을 통해 얻는 만족이 커질수록 휴식이나 인간관계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도 커진다는 설명이다.

“번아웃만의 문제가 아니다”식탁까지 파고든 스마트폰
브룩스가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다. 이는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사람 간의 직접적인 교류를 화면이 대신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경계했다.
그는 “우울증과 불안의 전염병은 업무 번아웃 때문이 아니라 소셜미디어와 화면 때문”이라며 “전 세계 식탁에서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앉아 모두 자기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는데, 그 결과 사람들은 우울하고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어도 서로의 얼굴을 보고 대화하기보다 각자의 화면에 몰입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실제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정서적 교류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브룩스가 강조하는 핵심은 스마트폰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현실 속 관계를 대신하기 시작하는 순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데 있다.

성공 뒤에 놓치기 쉬운 인간관계
브룩스는 직장과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일수록 일에서 만족감을 얻으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업무가 삶의 중심이 되면서 배우자와 자녀, 오래된 친구와 같은 관계가 후순위로 밀릴 때다.
그는 “성공한 CEO들은 일에서만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특히 인간관계에 치명적”이라며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결혼 생활이나 자녀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브룩스는 업무 과정에서 형성된 인간관계와 개인적인 친밀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를 위해 만나는 ‘거래용 친구(deal friends)’가 많다고 해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진짜 친구(real friends)’가 많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적 성공을 위해 인맥은 넓어졌지만 정작 어려울 때 연락하거나 아무런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든다면 외로움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행복 되찾으려면 “일이 끝난 뒤 누구와 시간을 보내는가가 중요”
브룩스가 제시한 해법은 거창하지 않다. 업무가 끝난 뒤의 시간을 의식적으로 가족과 친구에게 배분하고, 온라인보다 현실의 관계를 우선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무조건 끊기보다 사용할 목적을 명확히 할 것을 권했다. 브룩스는 소셜미디어를 ‘학습(learn)’, ‘사랑(love)’, ‘웃음(laugh)’을 위한 용도로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특별한 목적 없이 화면을 넘기는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의 관점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더 많은 성과를 쌓는 것만이 아니다. 일을 마친 뒤 배우자와 얼마나 대화하는지,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스마트폰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이해관계 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는지가 오히려 중요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강점인 빠른 속도와 높은 성과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브룩스의 조언은 성취에 투자하는 만큼 인간관계에도 의식적으로 시간을 써야 한다는 데 가깝다. 더 많은 것을 이뤄내는 것과 함께, 이미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지키는 일이 행복을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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