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직종 중 하나로 통번역 분야가 꼽히고 있다. 문서 번역뿐 아니라 실시간 음성 통역까지 AI가 맡을 수 있게 되면서 사람이 처음부터 번역하는 방식에서 AI 결과물을 검수·수정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옮겨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AI에 가장 빠르게 대체되는 통번역사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이 2025년 발표한 연구에서 통역사·번역사는 조사 대상 직업 가운데 AI 활용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 평가됐다. 연구진이 미국 내 Bing Copilot 대화 약 20만 건을 분석한 결과, 통번역사의 업무 활동 가운데 약 98%가 AI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번역 업무는 정형화된 언어와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돼 있어 AI 학습에 적합하다. 영한·한영 번역처럼 반복적인 문장 구조와 표준화된 표현이 많은 분야일수록 AI가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에 번역 결과를 즉시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전문 번역가의 역할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번역은 AI가, 인간은 교정만
AI가 번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번역업체와 프리랜서 번역가들이 맡는 업무도 줄어들고 있다. 사람이 문장 전체를 번역하는 대신 AI가 초벌 번역을 하고, 인간 번역가는 오역이나 어색한 표현을 고치는 ‘기계번역 후편집(MTPE)’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번역업계에서는 AI 도입으로 작업 시간이 크게 줄어든 만큼 번역 단가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번역가 여러 명이 장시간 작업하던 문서를 이제는 AI가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하고, 사람은 최종 검수만 맡는 경우가 늘었다. 이에 따라 단순 문서 번역이나 반복적인 통역 업무부터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번역학과 통폐합·모집 중단 잇따라
AI 번역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외국어·통번역 관련 학과의 통폐합과 신입생 모집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외대 용인캠퍼스는 2024년부터 영어와 중국어 관련 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 덕성여대 등 다른 대학들도 외국어 관련 학과를 통합하거나 학과 개편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 외국어 교육 수요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AI 번역과 실시간 통역 기술의 발전으로 외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통번역 관련 학과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통번역 업계에서는 앞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중심으로 AI 대체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률·의료·외교처럼 작은 오역도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분야나 고도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는 인간 전문가의 역할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통번역 교육 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해 번역 결과를 검수하고 전문 분야의 맥락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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