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례식장에서 유족의 의사와 관계없이 화환을 처분하거나 과일·음료 등 외부 음식물 반입을 일률적으로 막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됐다. 장례비용도 계약에 앞서 어떤 서비스에 얼마가 들어가는지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설명 기준이 구체화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5일 화환의 소유권과 처리 방식, 외부 음식물 반입 기준, 장례비용 사전 설명 등을 담은 ‘장례식장 표준약관’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를 반영해 추진됐다.

화환의 소유권과 처리 방식
그동안 기존 표준약관에는 조문객이 보낸 화환의 소유권과 처리 방법을 명확하게 규정한 내용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일부 장례식장에서 유족이 직접 화환을 처분하지 못하게 하거나 특정 업체에 저가로 판매하도록 요구하면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민신문고에는 장례식장 측에서 발인 날 화환을 1000원에 판매하도록 요구했다거나, 유족이 직접 화환을 처리하려 하자 불이익을 주려 했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된 바 있다.
개정 표준약관은 장례식장에서 사용된 화환의 소유권이 이용자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장례식장이 화환을 대신 처리하려면 유족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유족의 의사와 무관하게 장례식장 측이 임의로 처리하는 관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과일·음료 등 외부 음식물 반입 기준
외부 음식물에 대한 기준도 새롭게 마련됐다. 기존 표준약관에는 별도 규정이 없어 장례식장이 외부에서 가져온 음식물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제기돼 왔다.
개정된 기준에 따르면 과일과 음료, 주류처럼 외부에서 조리되지 않은 음식물은 반입 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밥이나 국, 전, 반찬, 떡 등 외부에서 조리한 음식은 식중독 등 위생사고 예방을 위해 원칙적으로 반입이 제한된다.
다만 조리된 음식도 장례식장 사업자와 이용자가 미리 협의했다면 예외적으로 반입할 수 있다. 사전 협의 없이 들여온 외부 음식물로 식중독 등 위생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이용자가 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

장례비용을 계약 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예상보다 크게 불어나는 장례비용을 둘러싼 분쟁을 줄이기 위한 내용도 담겼다. 장례는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여러 업체의 가격과 서비스를 충분히 비교하기 어렵고, 절차가 시작된 뒤에는 추가 비용이 발생해도 서비스를 변경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공정위에 접수된 민원 중에는 최초 상담 당시 장례비용을 최대 1000만원 정도로 안내받았지만 최종 청구액은 1600만원에 달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이에 개정 표준약관은 이용료 항목을 시설임대료, 장례 관련 수수료, 장례용품비, 청소·관리비 등으로 구체화했다. 장례식장 사업자는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용시설과 이용료, 장례의식의 주요 내용을 소비자에게 설명하도록 했다. 소비자가 계약 전 자신이 이용하는 서비스와 예상 부담 비용을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다.

모든 장례식장에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변화가 새로운 법률이 시행돼 모든 장례식장에 곧바로 동일하게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가 마련하는 표준약관은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표준적인 계약 기준으로, 그 사용 자체가 법적으로 강제되지는 않는다.
공정위는 개정된 표준약관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장례식장 사업자단체 등에 알리는 방식으로 사용을 적극 권장할 예정이다. 사업자단체와 관계 부처,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해 마련한 만큼 현장에서 개정 기준이 확산되면 화환 처리나 외부 음식 반입, 장례비용 등을 둘러싼 소비자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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