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자영업, 특히 외식업의 위기가 단순한 경기 침체 때문만은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다. 브랜드 전문가 노희영 고문은 최근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해 “지금 대한민국에서 식당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극소수”라며 준비 없이 외식업에 뛰어드는 현실에 경고를 보냈다.
실제 외식업계는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에 놓여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외식업체의 연평균 매출액은 5년 전보다 41.4%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8.7% 수준으로 하락했다. 매출 규모는 커졌지만 식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이 수익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비용 3가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노 고문이 가장 먼저 짚은 것은 비용 구조다. 그는 “임대료, 인건비, 식자재, 이 세 가지가 비용의 전부인데, 이게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외식업은 매장을 운영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임차료 부담이 크고, 조리와 응대 인력이 필요하며, 원재료 가격 변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정부 자료에서도 이 같은 비용 압박은 확인된다. 외식업 비용 구조에서 식재료비는 40.4%, 인건비는 29.4%, 임대료는 8.7%를 차지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여기에 세금·공과금과 기타 비용까지 더해지면, 사장이 실제로 손에 쥐는 이익은 생각보다 작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인건비 부담은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압박 중 하나다. 노 고문은 “요즘은 알바생 퇴직금까지 챙겨야 하니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커서, 온 가족이 매달려 일하는 상황이 아니면 생존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고 했다. 사람을 줄이면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고, 사람을 쓰면 비용이 감당되지 않는 딜레마가 외식업 현장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맛만 좋아서는 안 되는 시대
노 고문은 요즘 외식업이 과거와 전혀 다른 경쟁에 들어섰다고 봤다. 음식의 맛은 기본이고, SNS에 올릴 만한 인테리어와 메뉴 비주얼까지 갖춰야 살아남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요즘은 밥집도 SNS에서 떴냐 안 떴냐 싸움”이라며 “맛있는 건 기본이고, 메뉴가 나오자마자 사진 찍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경쟁이 초기 투자비와 마케팅 부담을 키운다는 점이다. 인테리어, 조명, 그릇, 메뉴 구성까지 모두 ‘보여지는 요소’가 되면서 작은 식당도 오픈 전부터 상당한 비용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개업 직후 빠르게 입소문을 타지 못하면 투자비를 회수하기도 전에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회식·2차 문화가 사라진 것도 변수
소비 패턴 변화도 자영업자에게는 부담이다. 과거에는 단체 회식과 2차, 3차로 이어지는 소비가 외식업 매출을 떠받쳤지만, 지금은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회식은 줄고, 술자리도 짧아졌으며, 소비자들은 더 신중하게 지갑을 연다.
이 변화는 식당의 회전율과 객단가에 영향을 준다. 같은 자리에 같은 시간 동안 장사를 해도 예전만큼 매출이 나오기 어렵고, 손님은 더 까다로운 기준으로 가게를 고른다. 자영업자가 체감하는 어려움은 단순히 “손님이 줄었다”가 아니라, 손님 한 명을 붙잡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이 커졌다는 데 있다.

“밥 장사는 기술 사업이 아니라 교육 사업”
노 고문은 준비 없는 창업에 대해서도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밥 장사를 단순한 기술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100% 망한다”며 “이건 교육 사업”이라고 했다. 사장이 음식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주방과 홀 직원이 같은 품질과 서비스를 반복해서 구현하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헤드 셰프의 실력을 밑에 애들까지 똑같이 복제하고, 매니저 교육하고, 주인은 계속 잔소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죽하면 제가 죄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게 밥집이라고 하겠느냐”며 “손님한테 ‘고맙다’ 소리 들을 확률은 몇 % 안 되고, 매일 ‘짜다, 싱겁다’는 불만만 듣는 비즈니스”라고 했다.
기다려야만 하는 장사의 위험
외식업의 또 다른 본질은 손님이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노 고문은 “옷 장사는 재고가 남으면 들고 나가서 팔기라도 하지만, 밥 장사는 누가 오지 않으면 기다려야만 하는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메뉴를 준비해도 소비자가 찾아오지 않으면 매출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는 초보 창업자들이 흔히 하는 착각도 지적했다. “옆집에 줄 선다고 우리 집도 잘될 거라는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상권이 좋아 보여도, 유행 업종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콘셉트와 운영력, 품질 관리, 비용 구조가 모두 맞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노 고문이 말하는 자영업 몰락의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임대료와 인건비, 식자재비는 계속 오르고, 소비자는 더 까다로워졌으며, SNS 마케팅 경쟁은 창업 비용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준비 없이 “기술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뛰어드는 창업 문화까지 겹치면서 외식업의 생존 난도는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노 고문의 경고는 단순히 식당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외식업을 하려면 음식 솜씨만이 아니라 비용 계산, 인력 교육, 서비스 관리, 마케팅, 상권 분석까지 모두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 자영업의 위기는 경기 탓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준비 없는 창업이 버티기 어려울 만큼, 시장의 기준 자체가 이미 달라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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